대학생 때, 친한 친구가 연봉에 관해 입버릇처럼 충고해준 말이 있다. 내가 받는 연봉의 실질 가치를 이해하려면 시급으로 환산해보라고.
일반적으로 정규직 급여는 중식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연봉협상 과정에서는 마치 하루 8시간만 근무할 것처럼 근로 계약서에 서명한다. 게다가 많은 회사들은 포괄 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야근 및 주말 근무의 초과 근로수당을 묵시적으로 포함시켜 왔다. 하지만, 실제로 직장인의 업무가 어디 그렇게 칼같이 끊어지던가? 나의 경우, 불과 2년 전만 해도 매일 8시 30분에 출근해서 22시 30분에 퇴근했다. 물론 항상 그렇게 일이 넘친 건 아니고, 의리 야근과 대기 야근이 많았다. 어찌 됐든 나의 근무 시간은 하루 14시간이었다.
연봉을 시급으로 환산해보라는 의미는 이런 거다. 월급 400만원, 연봉 4,800만원으로 근로 계약을 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정말로 하루 8시간만 근무해야 연봉이 4,800만원이라는 얘기다. 위에 언급한 나의 경우처럼, 일상적으로 14시간씩 근무한다면 실질 연봉은 3,000만원 미만이라는 뜻이다. 가끔 주말 출근한 것까지 고려하면, 연봉의 실질 가치는 더 내려간다.
이 개념이 상당히 중요하다. 나의 친구는 하루의 근무 시간 총량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한 회사에만 몸 담았다. 반드시 실질 연봉과 명목 연봉을 일치시켰다. 내가 재직 중인 회사는 올해부터 주 52시간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업무 강도는 상당히 세졌으나, 불필요한 시간외 근무는 거의 없어졌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2년 전에 비해 실질 연봉이 올라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연봉 협상할 때는 근로시간 총량을 관리할 수 있는지, 그것이 가능한 조직 문화인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연봉이 반토막 나지 않으려면.